기타/낚시

네번째 출조_노래미를 생으로 뜯어 먹다

구름위를 걷다 2008. 11. 8. 21:59

일시:

장소:금오도 머릿개 낮은자리 홈통..

물때:

 

 

우연히 낚시방에서 태환이 만나다.

전에 함께 일 할때는 수염 지저분하게 기르고 나타나면

타박 주곤 했는데..

허허.. 이 사람.. 같은 모양센데도.. 여그서 보니 포스가 확 느껴지네..

혼자 간다길래, 함께 동행 하기로..

10여년 넘게 금오도를 다녔다는 그는 미리 가는 포인트가 정해져 있었다.

아직 손맛 보지 못한 나에게 오늘은 손맛 보게 될 거라면서..

출발하는 배안에서 느끼는 가벼운 흥분..

으흐흐~ 오늘은 뭔가 되것구나..

 

그러나 이미 높은자리에는 야영객이 자리를 잡아 버렸고,

그 건너편에 배를 대고 내렸다.

태환이는 연신'저기 내려야 하는데..' 중얼거리면서 우쒸를 연발..

나야 뭐 저기나 여기나 똑 같아 보이는걸..

준비해 간 캔맥 몇개 따고.. 태환인 자고..

나는 꼼지락 거리며 채비를 준비해서 던진다.

날이 밝아 올 때 까지 아지 몇마리..

태환인 새벽이 지나고도 느즈막하게 채비를 준비해서 낚시를 던진다.

아.. 역시 고순갑다..

아니나 달라.. 잠시후 한마리를 쑥 뽑아 낸다.

3자는 안될성 싶은데..

 

나도 신나게 던진다.

태환일 따라 목줄은 5미터로 하고..

그러나 나는 계속 아지, 고등어만 걸린다.

태환인 2수 올리더니 그 후론 아예 아무것도 걸리지도 않고..

드디어 태환이 왈 "우쒸!~~ 머여.. 고기들 다 어디 가분거여??"

내가 알것냐?.. 니가 알지..

 

결국 철수 배가 왔다..

주섬주섬 챙기는데 열이 받는다.

오늘 토요일.. 낼 일요일.. 낼까지 하룻밤 더 새 버릴까 싶다.

나 안갈란다.. 성질나서 못가것다.. 투정을 한다.

배가 고파서 어떡 할라 그러요??

고기 잡아서 묵을란다.. 선장한테 말이나 잘 해주고 좋은 자리에 다시 배 대 달라고 해주라..

내가 워낙 열이 받아 보였는지..

태환이 그렇게 해 준다.

담배 남은거 꺼내 주면서,, 밥은 안묵어도 담배 까지 없으믄 미쳐부요~

이따 혹시 초저녁에 오는 배 있으믄 묵을거 보낼텡께 수고 허시요~

 

어딘지 모르지만 들물 포인트라는 데 다시 내렸다.

배가 간다.

갯바위에 아무도 없다.

황망하다..

갑자기 후회가 된다.

그러나 마음 다잡이 먹고 주변을 둘러 본 후 채비를 던졌다.

뭔가 걸렸다.. 싶어 끌어 올리니 묵직하다.

커다란 노래미다.

원샷원킬!! 오늘 여기서 뭔가 될 모양이다!

잡아서 넣고.. 계속 던지는데,, 그러나 역시 고등어 뿐이다. 

부족한 밑밥을 아껴 가면서 해가 지도록 던져 보지만,, 아무것도 없다.

허탈!!

 

해는 지고,, 깜깜한데,, 약간 춥기도 하다.

낚시를 중단하고 벼랑 옆을 타고 오르니 마른풀이 있어 한숲 끌어다 불을 붙여 보려는데

불이 붙지 않는다.

몇번을 시도하다 포기.

지친다.

노느니 또 낚시대를 던진다..

시간이 갈수록 지친다..

그냥 밑밥을 다 뿌려 버리고 입질이 오기를 기다리지만 감감 무소식.

아.. 이래서 사람들이 때가 되면 낚시를 접고 집으로 가는 것이구나..

그러나 나는 갈수도 없다.

낚시대를 들고 졸기도 하고.. 잠깐 접어놓고 드러 눕기도 하고..

이넘의 모기는 또 왜 이리 사람을 괴롭힌다냐~

 

결국 장비를 접고 철수 준비를 마치니 10가 되었다.

아직도 배가 올려면 세시간이나 남았는데..

할 일이 없다..

배도 고프다.

아까 잡은 노래미를 꺼내 회를 떳다.

회는 거의 먹지도 않지만,, 된장, 초장도 없이 그냥 하나씩 줏어 먹는다.

아.. 이게 왠 야생체험이란 말인가??

 

그럭저럭 11시가 넘어가자 졸기 시작한다.

혹시 배가 와서 날 못 볼까봐 장비는 갯바위 입구에 놓고..

깜빡 잠이 들었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눈을 뜨니

허억!!~~~ 갯바위에 온통 불빛들이다.

어머나!!

날 싣고 가야 하는데...

날 두고 낚시꾼만 내리고 배가 어디로 가 버렸나 싶어 뛰다 앞으로 철퍼덕!!

손바닥을 짚고 양 무릎을 찍었다.

아프다~

모자가 벗겨지고 플래시가 떨어져 나간다.

클났다..

집에 가야 하는데..

낚시점에 전화를 해도 안 받는다.

이럴줄 알았으면, 선장 핸펀 따 올걸!!

 

다행이 낚시꾼들을 갯바위에 다 내린 배가 1시에 들어 왔다.

한시에 온다더니.. 왔다. 

정확하게.

 

오늘 배운 교훈..

제때 낚시하고 제때 철수 해야 후회를 않는다.

낚시는 다 때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