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라인스케이트/로드일지

광범이와 함께한 산단 로드

구름위를 걷다 2007. 4. 4. 21:22

 

광범이와 함께한 여수산단 왕복 로드

 

로드일자:2005년 5월 1일

로드시작:13시 15분

로드완료:17시 03분

 

 

한때 강압적인 나의 지도방침(?)에 마지못해서라도 따라주던 애들이

올해는 거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지 않았다.

광범인 작년말 스케이트가 적어져서 잠시 못타다가

거금을 들여 다시 장만해 줬건만,

현지랑 둘이서 짰는지.. 인라인타러 가자하면 먼저 나오는 질문이

"훈련해야 돼?"

'음.. 이넘들이 훈련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로군..'

결국 날씨가 춥다는 핑계에..

함께 나가려면 이것저것 더 챙기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도 나 스스로 귀찮아서

나 혼자 나간게 벌써 5,6개월..

'그나마 이제 조금 기초를 가르쳐 놨는데..' 하며 아쉬워 해 보기도 하지만,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시키기도 뭐해서..

 

애가 생긴 것만큼이나 소심하고 겁이많은 것은 알았지만,

최근 회사 체육대회에 데려 갔다가 배짱 없는 모습을 보고선

이렇게 키워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상당히 힘든 코스, 산단로드에 데려 가기로 했다.

재작년에 요트장에서 신월동까지 시내로드를 데려간적 있었으니, 찻길을 처음 뛴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약간의 스피드도 생겼고, 지 나름대로 판단할 만큼 성장했기 때문에

혹시라도 찻길에서 무모한 행동을 할까봐 걱정되기도 했다.

 

토요일날 학교 파하면 오후에 시작할려 했으나, 아침부터 하루종일 비가내려 못하고

결국 일요일날 오전내내 빈둥대며 바닥이 마르길 기다리다가

오후 2시..

슈트를 툭 던지며..

"가자"

슈트를 입으면서부터 투덜투덜, 슈트만 입고 밖으로 나가자니 이젠 또 부끄럽다고 투덜투덜..

살살 달래가며 석창 사거리 목적지로 향했다.

"세상엔 말이지.. 어떤 한가지에 일등하기가 생각보다 쉽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등하기위해서 노력도 별로 하지 않고서

가만히 있으면 일등이 되는줄 아는데, 그래선 안된다"

"남들이 놀때 운동 조금 더 하고, 공부 조금 더하고,

남들이 보지 않을 때 정말로 열심히 훈련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최고가 된단다"

"노력하지 않은 사람들한테는 최고가 되는 것이 아주 어려운 것이지만, 노력하는 사람한테는 그것이 생각보다는 쉽단다"

"오늘 로드하는 것은 동호회 아저씨. 삼촌들도 힘들어 하는 코스지만, 광범이가 이 어려운 것을 무사히 성공하여

자신감을 갖도록 할려고 일부러 아빠가 데려온 것이다"

여러 가지 감언이설을 애한테 건네는데, 알아 듣는 것 같기도 하고, 못알아 듣는 것 같기도 하고..

 

(아직도 뚱한 표정)

 

도착하자 마자.. 몸 풀자고 내리라니..

쫄바지가 부끄럽다고 안나온다.

억지로 잡아 끌다시피 끌어 내리니, 이젠 차에 착 붙어서 눈치보면서 '하나 둘..'

몸푸는 동안, 우리가 쫄바지를 입고 몸을풀던, 춤을추던 아무도 관심을 안가진다는 것을 알았는지..

이제 부끄럽지 않다면서 스케이트를 신는다.

 

(다정한 척 함께 사진도 찍고..)

 

"여기 얼마나 돼?"

"27~30킬로"

"요트장 몇바뀌?"

요넘의 기준은 언제나 요트장이다.

"요트장이 200미터쯤이니까.. 130바뀌쯤 되겠다"

눈이 똥그래 진다.

"괜찮아!! 전에 해남갔을땐.. 이거보다 많이.. 45킬로로 했어"

"그럼.. 여기가 해남보다 가까워?"

계속 불안한 모양이다.

"해남과 비슷하지만, 그땐 두 번이고 오늘은 한번만 하니까.. 더 쉬울거야"

"앗싸!!~"

'끌끌끌.. 좋아하지 마라. 여기는 업힐/다운힐이 많아서 더 힘들다'

"업힐은 오르막길이고 다운힐은 내리막 길이다.. 알긋냐??"

"업힐은 오르막, 다운힐은 내리막"

그외 몇가지 주의사항을 하달(?) 했다.

"우리가 타는 차선은 2차선.. 죽는 한이 있어도 1차선에 들어가면 안된다"

"다운힐에서는 무조건 T브레이크를 잡고 내려간다"

"한번 속도가 빨라지면, 브레이크 못잡는다"

"신호등 있는데서는 신호등 전에 무조건 브레이크를 실시한다"

"주행하다가 아빠 찾는다고 뒤돌아 보면 절대 안된다"

"눈은 무조건 앞만 본다"

 

 

뒷주머니에 생수통 하나씩 차고 출발했다.

차들이 다니는게 부담스러운 듯 너무 바깥쪽으로만 주행을 한다.

뒤에서 살짝 잡아당겨 차선 가운데 만큼 끌어다놓고 주행선을 다시 설명해 준다.

가운데로 당겨 놓으면 금새 갓쪽으로 도망가고, 당겨놓으면 도망가고..

시작과 함께  2킬로쯤 이어지는 얕으막한 오르막.

 

 



첫번째 업힐에서 용감하게..

 

확실히 그동안 안타긴 안탔다.

무릎은 벌어져 있고. 발목도 흔들린다.

그러나 뒤에서 똥꼬 긁어 주면서 '잘한다'를 연발하니

힘이 나는 모양이다.

 

 

첫 번째 다운힐.

중간에 제일모직으로 분기되는 도로가 있어 그쪽에서 차가 나올지도 모른다.

브레이크를 주문했다.

오른쪽  T브레이크를 사용한다.

좌우 번갈아 가며 해 보라고 했더니.. 왼발도 된다.

전에 웅천길 내려올때 오른발 T 브레이크밖에 사용할줄 몰랴 감속도 덜되고 발목도 아파서

고생한 후 좌우 번갈아 브레이크 연습하랬더니.. 그 후에도 연습하는 걸 보니

제대로 잘 되질 않던데..

이건 연습으로 된 것이라기 보다는 아마 그냥 구력으로 된듯~

 

(오른쪽에서 언제 차가 나올지 모르는 분기도로)

 

 

 

다운힐을 마치고 2킬로쯤 이어지는 평지 직선도로.

끝부분에 약간 솟아있는 업힐 모습을 하고 있지만, 탄력으로 달리다 보면 훌쩍 넘을 코스.

어느정도 스케이팅이 적응이 되었는지..

자세잡고 푸쉬를 시작한다.

이런저런 주문을 하고도 싶지만, 섣부른 자세훈련으로 사고라도 날까봐 나는 그저 뒤에서

"잘한다.. 앗싸!!~" 만 연발.

 

 


직진에서.. (아직은 초반이라.. 씩씩하군)

 

 

(어쭈!! 자세 좀 나오는데??)

 

다시 중흥을 지나 업힐!

생각보다는 잘 달리는 것 같아.. 업힐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전에 어떤 삼촌은 여그까지 와서는 쭉 뻗어 버렸단다"

"으흐흐~~"

그말을 듣고 자기 자신이 대견한 듯 만족한 웃음을 흘린다.

"어디 발 아픈데 없냐?"

아픈데는 없다고 하지만, 그러나 역시 업힐은 힘든지.. 물 마시고..

내리막 전에 근육을 풀어줄까 하다가 쉬는 버릇 들일까봐 또 Go!!

그러나 다시 업힐을 만나 달리는 걸 보니 지금 쉬지 않으면, 퍼질듯하여 버스 승강장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하며 물을 마셨다.

 

 

이번에도 상당한 내리막.

오른쪽에 산단 소방서를 지난다..

늘 여길 지나면 소방관들이 볼까봐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업힐이다 보니 모습도 허부적대는 모습에다가 속도가 없으니 그들중 누군가가 나와서 불쑥 말을 건널 듯 하다.

'위험하게 뭔짓이요?'

 

(드디어 힘들어 지시 시작하는 듯)

 

하나가 끝나면 다시 나타나는 업/다운힐의 연속.

생각보다는 지치지도 않고 속도도 어느정도 유지하면서 잘 달린다.

드디어 제일 난코스.

GS정유 정문앞 다운힐.

오른쪽 정문에서 차량 출입도 많지만, 급경사에.. 경사의 끝부분에 코너.. 좋지 않은 바닥.

전에 충근이가 푸쉬를 하면서 거기를 통과할 때 뒤에서 얼마나 걱정했던지..

그러나 우려도 잠깐, 광범인 역시 양쪽 T브레이크를 사용하면서 잘 통과 하였다.

 

 

얕으막한 내리막을 내려가면서

"저 앞에 표지판이 무슨 뜻이냐?"

"기차"

"맞아.. 건널목.. 기차가 지나가는 길"

"속도를 줄인 후 이렇게 가위자세로 직각으로 지나야 안전하다"

기껏 시범 보였더니..

그냥 속도 팍 줄여서 걷듯이 쉽게 통과한다.

'아.. 속도가 느릴때는 저게 더 효과적이겠구나'

새삼스레 한가지 깨닫는다.

 

여기는 뭐 만드는 공장이고.. 저건 뭐하는 공장이고..

로드중에 이것저것 산교육(?) 까지..

 

드디어 남해화학 삼거리 반환점을 앞두고 나도 오랜만에 푸쉬하면서 광범일 떼어 놓았다.

약간의 업힐 탓인지 한참을 기다리니 숨을 헐떡이며 도착한다.

절반을 잘 왔다고 칭찬해 주고,

사진 찍어주고..

이젠, 올때와 달리 바람을 맞고 가게 되었으니 두배로 더 힘들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반환점에서.. 또 다정한 척)

 

역시 바람의 힘은 강하다.

힘이 부치는지 속도가 나지 않는다.

상당히 지쳤는지.. 무릎은 벌어지고 스케이트가 벌어진 채 셋다운 한다.

작은 아이 뒤에 착 달라붙어 뒤를 밀어 주려니 내 자세는 그야말로 화장실 변기에 앉은 듯

주저 앉아서 밀어주고 있다.

푸쉬 스텝마저 짧으니 내 자세가 장난 아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광범이 푸쉬에 맞출려고 발은 빨리빨리..

 

(아직은 살만 한가 벼??)

 

 

 

이래저래 다시 만난 GS 정유 오르막.

내가 처음 산단로드를 시도할 때 이 대목에서 거의 반죽음 상태였던 기억이 난다.

"아빠가 여기 첨 왔을 때 여기서 혓바닥이 쏙 빠질 정도로 힘들었다"

반환점을 돌고 난 후 지친 상태에서 맞는 업힐이기에 상대적으로 더 힘들 것이다.

거기다 오늘도 역시 바람은 맞바람.

애가 느껴지는게 아직은 없는지 히히닥 거린다.

잘 안되는 디지털카메라 동영상이지만 달리면서 인터뷰(?)도 한번 하고

큰소리 바락바락 지르며 분위기를 띄운다.

잠시 분위기에 휩싸여 용감하게 푸쉬하는가 싶더니..

금새.. 허부적대기 시작한다.

"여기서 쉬고.. 천천히 할바엔 안하는게 낫다.. 이런걸 참고 끝까지 해봐야 자신감이 생긴다'등등

이런저런 말을 해보며 꼬시지만,

결국 두어번 주저 앉는다.

이런걸 사진찍어야 하는데.. 그나마 푸쉬를 계속하게 하기 위하여 옆에서 계속 Go! Go!

결국 힘들게 업힐을 마쳤다.

 



반환점 돌아 마의 업힐에서.. (아직까지 이빨보이지!!)

그러나 이후부터는 별로 이빨 보이는 일이 없어졌답니다.. ㅋㅋ)

 

 

 

 

 

(드디어 마의 업힐에서..힘을 내 보지만..)

 

(금새 허부적~~~)

 

잠시 쉬게 하고..

물도 마시게 하고..

왜냐구??

다시 다운/업이 계속 되거든.

다시 접어든 다운힐은 그렇다치고

업힐에서는 이제 아예 걸어가고 만다.

 

 

(이젠 다리도 아프고.. 다운힐.. 두렵냐??)

 

(두달 분 휠 오늘 다 닳는다..)

 

이걸 밀어서 올려 주자니.. 나중에 제힘으로 못했다고 후회할까봐 그냥 두고만 본다.

중간에 도로 곁에 유채꽃이 괜찮게 피었길래 잠깐 쉴겸

사진 찍어주고..

 

(아무리 바빠도 분위기 좋은데서 사진이나 한방씩~)

 

어럅쇼? 아까부터 오른쪽에서 삑삑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자세히 보니

액슬이 풀려나고 있었다.

보통때 같으면, 뒷주머니에 공구를 챙겨 다녔는데, 오늘은 그 자리에 자동차키. 비상금, 물병 두 개.

하필 공구 없을 때 이런다냐?..

그냥 손으로 잠궈주고.. 작은 돌조각으로 조금더 잠궈보고.. 출발.

 

(공구 안가져 왔는데.. 액슬이 풀리다)

 

아직 다리가 풀릴 정도까지는 아닌가 본데..

간혹 다리가 아프단다.

하긴, 이제 아플만도 하지. 나도 골반쪽이 아려 오는걸..

참아라참아라를 연발하며..

뒤에서 보니 그래도 대견 스럽다.

저 비쩍 마른 다리. 지 동생보다도 가늘은 팔다리로

이정도까지 아직도 푸쉬를 하고 있으니..

이제 지가 그만이라고 할 때까지 계속 가보는 거다.

 



이젠 아주 얕은 업힐에서도 허부적허부적~~~

 

 

 

 

이젠 완전히 지쳤나 보다.

내가 조금 먼저 가다보면 영낙없이 뒤쳐져서 헐떡이고 있다.

앞서서 기다리며 바라보노라니 가관이 아니다.

인라인을 타러 온건지..

야유회를 왔는지..

으~~ 저 산만한 넘.

 


직선에서도 다리 풀린 모양.. 무릎은 더 벌어지고.. 스케이트는 모이지 않고..

 

 

 

오르막에서는 마지막이라며 조금만더 조금만 더를 외쳤으나

이젠 아예 주저 앉아 버린다.

이런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놓겠다고 카메라 들이대니

그래도 사진은 좋게 찍히고 싶은지 이빨보이며 웃는다.

 

 

두시간여의 로드를 마치고 무사히 도착하였다.

나는 땀이 상당히 났는데, 이넘은 땀도 거의 안났다.

지 엄마 말로는 땀구멍이 막혔대나? 어쨌다나..

 

 

(ㅡㅡ;; 결국!! 액슬 분실하다)

 

시작시간 3시15분. 도착시간 5시3분. 소요시간 1시간 48분.

캬캬~~~ 두시간은 넘지 않았다.

내가 처음 이 코스를 할 때 죽어라 달리고 1시간 12분 걸렸던것과 비교하면

그리 늦은 편도 아닌 것 같고.

 

섣불리 무리한 로드를 감행한 부분도 있지만,

이 로드를 통하여 광범이가 더욱더 자신감에 충만하고

중간에 주저앉지 않아야 골인점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우쳤길 바라며..

 

광범아! 정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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