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상공에서
오늘은 토요일. 바람은 북북서 15 - 20km. 전날 일기예보에 기압골이 지난다고 했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오전에 근무를 하고 있는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고 설레인다. 며칠전부터 사이즈가 큰 글라이더의 속도를 카바할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별별 생각을 다 해본 끝에 앞전을 미리 당겨놓고 고정 시키기로 결심했다. 액셀레이타 상부고리에 둥그런 열쇠고리를 끼워놓고(링타입).. 아래쪽 고리에는 라인을 연결하여 소형 비너로 연결하고자 생각하며 퇴근시간만 기다리다가... 퇴근시간 되자마자 바로 관기 이륙장으로 향했다. 산중턱에 차를 파킹하고 이륙장 중간쯤에 오르면 조그만 절이 하나 있는데 두세살쯤 먹은 아기가 울며 좁을 길을 기어 올라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우리 아들보다 약간 어리겠구나하고 생각하며.. 그냥 올라 가려니깐.. 무언가 약간 찜찜해서 글라이더를 벗어놓고 아기를 안고 절에 들어가 '누구없소?'를 반복해도 아무도 나오질 않는다. 얘가 얼마나 땅을 발발 기었든지 눈물이 범벅이 되어 있고 옷에는 온통 흙 투성이다. 우선 옷이라도 갈아 입혀야 겠다는 생각에 옷을 벗기고 몸을 닦아주고는 방안을 기웃거려 옷을 갈아 입혔다.. 그러자 금방까지 앵앵거리던 놈이 생글생글 웃으며 착 달라붙는다.. 우씨.. 나도 바쁜디.. 빨리 이륙장에 올라가야 되는디.. 이걸 어쩐다? 그냥 얘를 혼자 놓고 올수가 없어 조금 기다리다가.. 이러다간 좋은 시간 다 놓치겠다 싶은 생각에 다급해 진다.. 일부러 우리팀들이 늘 만나는 장소 엔 가지도 않고 혼자 비행을 결심했는데.. 이걸 어쩐다.. 가만 보니 절에 종이 있다. 종을 세번 크게 울리고 누군가 오기를 바랬지만 10여분 이상 기다려도 아무도 오질 않는다.. 할수없다.. 애가 혼자서 잘 노니까 살짜기 도망가야지. 그렇게 애를 혼자두고 이륙장을 오르는 마음이 무겁다. 종소릴 듣고 스님이 오셨을라나.. 어쨌을라나? 이륙장에 올라서 절쪽을 보니 조용한게 별일 없는 모양이다. 이젠 비행해야지.. 글라이더를 꺼내어 액셀레이타 라인에 열쇠고리를 끼워넣고 이리저리하여 앞라이저가 적당하게 기울게 조정하였다.. 혹시 모르니 재 확인하고... 이상무!! 이제 비행만 남았다.. 이런 장갑이 없네.. 앞주에 비행하고 잠깐 벗은 사이에 우리회원 누군가가 사용한 모양인데.. 쫄다구들이 반납정신이 결여되어서리.. 할수 없지 뭐!! 그냥 타야지.. 글라이더를 펴고 정성스레 바리오를 연결하고 스위치를 켠다.. 삐이이이잉... 하면서 현재고도 214m를 지시한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다.. 그동안 글라이더가 커서 속도가 나지 않았던 것을 테스트 해야 하니깐 말이다.. 오늘은 정말로 비양기 잘 타야 할텐디.. 다짐을 하며 라이쟈 업. 이륙하자 마자 사면을 타고 오는 바람이 기분좋게 나를 상승 시킨다. 이리 저리 몇번 왔다리 갔다리.. 상황을 살핀다. 기상이 굉장히 불안정 한 거 같다.. 혹!! 앞전을 잘못 조정해놓은 것은 아닌가 해서 다시한번 앞라이쟈 부분을 확인해 본다.. 라이쟈는 이상없다. 역시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음을 느낀다.. 전에 같은면 엉금엉금 기어다닐 글라이더가 오늘은 약간 경쾌하게 다니는 거 같다.. 앞전이 내려온 상태 때문인지 과하게 회전을 하면 글라이더가 뒤로 약간 말발굽처럼 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혹시 모르니 회전을 조금 부드럽게 해야 겠군..!! 꼭 한부분에서 과격하게 글라이더를 잡아 흔드는 써멀이 느껴지지만.. 산능선과 너무 가까워 잡아내기가 힘들다.. 계속 8자 비행과 호버링을 병행 하면서 조금씩 고도를 올리기 시작하여 능선이 멀어지기가 바쁘게 써클링을 시작했다. 회전을 해도 뒤로 많이 밀리지 않는 글라이더의 속도가 무척 맘에 든다. 다음번에 이 보다 조금 더 당겨야 겠다고 생각도 해 본다. 막 지면을 이탈한 열은 나를 공중에서 지지고 볶아대지만 눈하나 깜짝않는 나의 대담성. 간혹 기체의 한쪽이 접히지만 그것이 대수냐.. 계속 잡아 돌리자 드디어 이륙장 뒤쪽의 안심산 탑을 잡고 고도는 상승중. 드뎌 이륙장 뒤쪽의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고도가 450m를 넘어서고 있다.. 오늘 써멀이 흔치 않은 우리고장에서 오랫만에 제대로 된 써멀이 올라오는 것 같다.. 보통 1.5m/sec를 상회하는 걸 보니 우리 고장에서는 정말로 큰 써멀이다.. 고도가 700을 넘어서자 나는 또 긴장했다. 그동안 여기서는 600 - 700m 정도에서 늘 써멀이 갑자기 뚝 끊기던 현상을 많이 경험한 나로서는 당연했다. 전에 우리팀장이 고도계없이 어림잡아 1000m 이상을 올라갔을때 상층풍향이 갑자기 바뀌더라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는 구름의 흐름을 유심히 살폈다. 이제 지상의 어떤 것으로 위치를 파악하기에는 어려울만큼 고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이때는 구름의 흐름이 풍향을 파악하는 가장 좋은 지표이다. 다행이 지상의 풍향과 별 다름없이 남쪽으로 구름이 흐르고 있다. 계속 이렇게 드래프트 되다가는 바다 상공에서 써글링을 해야 할 판인데.. 중간에 한번 써멀을 잊어먹어 다시 찾느라 애를 먹었지만 약간의 고도침하후 다시 써멀지역으로 들어갔다.. 다시 고도 상승중..이젠 정말 놓치면 안된다.. 결국 바람이 차가와지고.. 더이상 상승이 되지 않아 고도계를 살피니 1173m. 이곳 여천에서 비행하면서.. 이처럼 높은 실고도를 잡아본게 처음이다. 째지는 기분.. 이제서야 조금 안심하면서 한눈에 펼쳐진 여천시 전경을 음미해 본다.. 이제 어디로 갈꺼나.. 다시 이륙장으로 가볼까 생각하다가 우리집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7 -8Km쯤 될텐데.. 고도가 너무 좋다보니 가는 도중 침하율이 높지만 신경쓰이진 않는다. 여천시를 관통하고 늘 헤부작대던 무선산 활공장을 먼발치에 두고 동네 상공 에 도착.. 아직도 고도가 너무나 창창하여 이왕이면 비행을 더 하고 싶어졌다. 우리동네 앞에 주택지를 만드느라 공사중인 황토위로 날아간다. 거기가면 분명 상승 기류가 있을 거야.. 면적도 넓으니 분명히 있겠지.. 그러나 별 상승기류를 찾아내지 못하여 착륙을 결심하고는 우리집 앞 도로에 내려설라므니 마누라와 아들을 놀래줄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아서라.. 괜히 전신주 많은데 잘못들어 갔다가 쪽 팔릴라~~~. 공사장에 착륙을 하려고 천천히 선회를 하는데 저쪽 도로에 왠지 낮설은 오토바이 하나가 달려온다.. 가만 보니 마누라다!! 배달하다가(?)-마누라는 분식집 사장임. 발견한 모양이다.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큰일 났다.. 보나마나 집에는 와보지도 않고 바로 비행 갔다고 바가지 긁을텐데.. 아니나 다를까!! 바로 아래까지 쫓아온 마누라가 "당신 지금 미쳤니"하며 뭐라뭐라 하지만.. 음.. 이럴때 일수록 착륙에 집중하자.. 칼기도 착륙하다가 잘못됐었잖아.. 무사히 착륙하고 보니 얼씨구.. 이런 우연이 있나.. 우리 아들놈까지 같이 왔네..? 아들을 껴안고는.. 오늘 아빠가 오랫만에 비양기 잘 탄것을 막 자랑 해 대니까.. 역시 우리 아들.. 알아먹었는지 덩달아 기뻐해 준다.. 오랫만에 비행 잘했다는데.. 마누라도 역시.. "역시 자기다!!"하며 칭찬해 준다.. 기분이 으쓱 해 지며 오늘 비행을 마감한다. para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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