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야영.
저녁 물때 낚시를 해보고, 하룻밤을 자고 온다.
늘 마음은 먹고 있었지만, 쉽게 도전해 보지 못한 야영 낚시.
물론 두어번 자고 와 본적은 있지만
야영 준비 없이 한 것이라 야영이라고 까지 할수가 없었다.
저녁 물때에 고기 몇마리 잡아서 저녁에 구워 먹겠다고 왕소금과 모태에 참숯까지 준비하고.
낚시를 출발할 때면 늘 그렇듯
온갖 상상을 다하며 설레이는 마음으로 토요일 철수배를 타고 포인트에 들어가기 위해
낚시점을 찾았는데, 내일 바람이 많이 불어 개도로 간단다.
개도는 왠지 야영하기에는 맘에 안드는데..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서둘러 충분하게 밑밥을 준비하고 배를 기다리는데
철수하는 낚시꾼들의 가방이 달랑 거린다.
조과가 좋지 못한 모양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꿈을 안고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배가 출항한다.
저녁 낚시에서 갯지렁이를 끼우고 감성돔을 3수 한다.
더불어 잡어로 볼락 몇수와 전갱이 몇수.
8시가 되어 저녁 식사를 위해 라면을 끓이고 감성돔 1수와 잡어들을 소금구이 한다.
라면 국물에 밥을 먹으면서 생선구이로 만찬을 하고
캔맥을 시원하게 마시고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다.
날이 밝아 오고, 흔들리는 전자찌에 큰고기를 한수 더하여 감성돔 3수를 집에 들고가면..
와이프와 현지가 좋아하는 회를 뜨면서도
전혀 피곤하지 않을 것인데...
그러나 출조는 늘 위와 같은 상상과는 거리가 먼 현실이 된다.
그 진리는 오늘도 어김없이 들어 맞는다.
기대하지 않았던 날 대박이 찾아 오는 것이 낚시 인 것인가?
기대한 만큼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한 개고생을 해야만 했던
'한 겨울 밤의 꿈'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았을 야영 낚시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오후 1시 1차 회수를 마치고 2차 회수를 위해 힘차게 출항하는 해양호.
희망을 잔뜩 싣고 힘차게 파도를 헤치고 당머리를 출발.
혹시나 금오도를 갈려나 싶어 선장님께 물어보니 내일은 아예 금오도엘 들어가지 않는단다.
남서 북서 바람이 11~13에 너울성 파도까지 예고되어 결국 개도행.
개도에 도착해 보니 개도 역시 포인트 곳곳마다 낚시꾼들이 진을 치고 있다.
작은산 밑에서 고기가 좀 나왔다는 말에, 그쪽이 북서풍에 의지되는 곳이라 포인트를 살펴보았으나
야영 포인트는 벌써 야영꾼들이 자리 잡아 버렸고..
여기저기 포인트를 찾아 다니던 중 드디어 오늘의 낚시 포인트 통신여 골창 도착.
날물에 북서를 바라보는 쪽에서 낚시하고
혹시 바람이 터지면 반대면 골창쪽으로 가서 낚시하면 될거라는..
포인트 우측
포인트 정면 개도 작은산 - 철수때 보니까 작은산 아래 살림망이 군데군데 떳던데..
포인트 좌측 통신여와 골창 - 바람이 터지면 이쪽 방향으로 낚시 하라고..
바람이 의지될 만한 옴팍진 자리에 미리 텐트부터 치고..
바위틈이지만, 고른 바닥이 맘에 든다.
포인트 정면과 오른쪽.. 물색 좋고 잔잔한 파도가 정말 맘에 든다.
맘 같아서는 당장 낚시대를 드리우고 싶지만, 이것저것 준비하고 하려면 아쉽지만 참는다.
저녁 물때를 봐야 하니깐..
캔맥주를 하나 따서 마시고 이것저것 준비를 시작한다.
포인트 뒤쪽 골창
드디어 밑밥을 개고, 뜰채를 조립하고 낚시대를 펴다.
낚시 준비 끝.
드디어 해가 저물어 간다.
바라던 상황이다. 낚시를 시작한다.
날물이 진행되는 이 상황에 조류가 앞에서 밀려와 우에서 좌로 흐르며 작은 거품띠가 생겨 있다.
던지면 바로 고기가 떼로 올라올 것 같은데
아!! 아쉽게도 입질이 없다.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고 계속 낚시를 한다.
해가 저물고 전자찌로 바꾸어 낚시를 계속 하지만, 역시 입질이 없다.
불안해 진다.
쓸만한 넘 하나 잡아서 소금구이 해 먹어야 하는데..
생각해 보니 아직 잡어 한마리 잡아내질 못했다.
전갱이든, 볼락이든, 아니면 제대로 된 감성돔이든 잡아야 하는데.
저기 가방 안에 왕소금과 참숯이 고기 구울 준비를 하고 있는데..
결국 7시가 넘어서도 입질이 없다.
7시 30분.. 드디어
바람이 터진다.
텐트가 넘어진다. 텐트속에 짐을 함께 넣어 놓지 않았으면 바다로 날아 갈뻔 했다.
잠시 낚시대를 접고 텐트를 약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제 날물이 끝나고 바람까지 터진 서쪽을 향해서는 낚시가 불가능해 져서
골창쪽 아래로 내려가 잠시 낚시를 해 봤으나,
골창쪽도 바람 통에 낚시를 하기가 어렵다.
아예 시간을 내 후방쪽으로 탐사를 나가보니 오히려 바람 영향이 적다.
다시 돌아와 밑밥통과 낚시대, 뜰채를 들고 자리를 옮겨 보기로 한다.
혹시 텐트가 날아갈까 싶어 무거운 짐들을 텐트에 가득 넣어 놓고.
옮긴 뒤쪽 자리는 수심이 너무 낮다.
세발 준 목줄이 정렬되면 벌써 바닥에 닿아 밑걸림이 생긴다.
몇번 시도를 하는 중에 잡어인가 싶은 입질에 들어보니 깻잎보다 조금 큰 삐까리가 걸려 올라 온다.
놔줄까 말까를 망설이고 망설이다..(참 별걸 다 고민한다)
그냥 갯바위에 던져 놓는다.
잠시후 다시 한마리.. 깻잎 두마리다.
한마리만 더 잡으면 저녁 한끼 구워 먹는데는 충분하겠다 싶어 더 해 보지만,
결국 달랑 깻잎만한 삐까리 두마리 들고 텐트로 복귀.
저녁 식사 준비를 한다.
라면을 끓이고, 왕소금을 뿌려 깻잎을 굽고.
혼자 먹는 저녁 식사.. 꿀맛은 꿀맛이다.
밥을 잘 먹고 캔맥주를 하나 마시니 노곤해 진다.
9시를 넘어갈 즈음 자려고 텐트에 들어가 누웠으나 텐트가 움찔움찔 거리는게
잠들어 버리면 혹시라도 바람에 날아갈까 걱정이 된다.
불안한 마음에 아예 텐트를 뒤쪽으로 옮긴다.
바닥이 풀밭이라 더 좋은듯 하다.
좁은 텐트에 보조가방과 낚시가방을 넣고 누우니 딱 좋다.
그러나 피곤해서 잠은 오는데, 내일 낚시가 걱정이 된다.
북서풍이 불어온다는 내일 아침이 되면 분명 낚시가 내일도 불가능 할 것 같다.
잠이나 자자.. 고 눈을 감아도 걱정이 더 된다.
내일 새벽에 두시배가 뜬다고 했으니 두시에 일어나 자리를 옮겨 달라고 생각하고 잠이 들었다.
약간의 바람소리와 뒤숭숭한 낚시꿈까지 꾸면서 잠을 설치고..
정확히 두시에 오뚜기 처럼 벌떡 일어나 낚시자리로 나가보니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이건 폭풍 수준의 바람이다.
한참 후 배가 들어 온다.
해양호다.
선장님한테 전화를 걸었으나, 옮길 자리가 없단다.
다 똑 같으니 뒤쪽으로 돌아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낚시할 만한 자리가 있단다.
높은자리.
걸어 갈수 있단다.
짐을 두고 탐색을 나간다.
갯바위를 불안한 걸음으로 한참을 가니 자리가 나온다.
더 안쪽에는 두어명이 벌써 내려 있다.
멀리서 다른 낚시배 서치라이트가 보인다.
어물쩡 거리다가는 이자리도 뺏기겠다 싶어 뛰다시피 되돌아 와 간단하게
낚시가방과 밑밥용 파우더가 들어 있는 가벼운 가방만을 들고 뛰다시피
높은자리를 점령(?)하여 의기양양 씨익 웃어 준다.
왠지 좋은 포인트를 차지했다는 자만심??
뒤이어 무거운 가방 두개를 들고 뒤뚱뒤뚱 거리며 어두운 갯바위에서 짐을 나르고.
두시반 부터 시작한 포인트 이동이 4시가 훨씬 넘어서야 마무리 되었다.
우선 커피를 타서 따뜻한 커피를 한잔 하고..
불을 본 김에 추운듯 하여 위쪽으로 올라가 소나무 가지를 꺽어 불을 피워주고..
따뜻한 불가에 제대로 몸을 녹이기도 전에 몰아치는 바람에 불씨가 날리니
산불이라도 날까 싶어 얼른 물을 뿌려 불을 꺼 버린다.
괜한짓 했다.
동녘이 밝아 온다.
충분하게 밑밥을 치고 낚시를 시작한다.
물이 빠진 바닥에서 밑걸림이 자꾸 생기기는 하지만, 수중여가 산재한 수심 낮은 포인트 인가 싶다.
더더욱 떼고기를 만날 기대감에 한껏 고무되고.
날이 완전히 밝아 오고 바로 앞에 배가 하나 들어 오더니 선상 낚시를 한다.
이 동네 고기가 있긴 있나 보다..
또다시 기대 만발.
포인트 오른쪽
포인트 왼쪽 - 언제 한수 했는지 살림망이 떠 있다.. 부럽다
포인트 정면 - 정박중인 해양호
그러나 낚시.. 너무 어렵다.
포인트 왼쪽 앞에 던진 바늘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밑걸림이 계속하여 생긴다.
수중여를 넘긴들 밀어 닥치는 조류에 다시 밀려와 걸리고 걸리고 걸리기를 수번..
결국 이 자리에서의 낚시를 접는다.
포인트 왼쪽 앞- 보이지 않는 수중여에 고생하다가 결국 낚시 포기
다시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골창쪽으로 이동.
다시 도착한 어제의 포인트에는 3명이 내려 바람통에서 고전하고 있다.
그나마 바람에 조금 의지되는 골창 깊은 쪽에 자리를 잡았으나,
들물이 시작되면서 물이 괄괄 흐른다.
오랫만에 4B 기울찌를 끼어 골창 쪽으로 몇번 찌를 던져 보았으나 역부족.
결국 11시가 되기도 전에 낚시를 포기하고선 철수배를 탄다.
큰 설렘과 희망을 가지고 시작한 첫 야영 낚시.
그러나 결국 남은건 밤샘 고생과 빈가방.
그리고 내 가슴속에 남은 또 하나의 추억 "한겨울 밤의 꿈"
통신여를 벗어나 철수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