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와 <디-워>,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로 가다
| 영화, 이렇게도 봐요

2007.06.08 19:52
"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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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워>, 국내개봉일은 8월 2일로 확정됐다. | |
ⓒ 영구아트무비 |
물론 아직 '창대'해지지는 않았지만, 창대해지는 과정에 있다. 뻔한 아동용 영화쯤으로 취급받으며 만인의 비웃음을 샀던 <영구와 공룡 쮸쮸>는, 이제 총 제작비 700억 원에 이르는 대형 영화 <디-워>로 거듭났다.
공룡 형태의 인형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 갈빗집 라이터로 불을 쏘던 '쮸쮸'는 미국의 LA 한복판에서 활약할 이무기 '발키르'로 성장한 것이다.
인형에 직접 들어가 갈빗집 라이터로 불을 쏘면서 촬영이 끝나면 가스 냄새에 취했던 사람도, 공룡 '쮸쮸'에게 고추장 비빔밥을 먹이던 심형래도 이제는 옛 이야기가 되고 있다.
'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쥬라기 공원> 시리즈와 <고질라> 등의 할리우드산 공룡, 괴물들이 우리를 현혹시키고 있을 때, 심형래는 15년 가까운 세월을 투자해 그들과 맞설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심형래'라는 이름은 상징적이다. 그의 이름은 TV의 전성기를 상징하며, 슬랩스틱 코미디를 상징한다. 얼뜬 이미지와 함께 임하룡이나 서원섭 등의 개그맨들에게 주구장창 얻어맞으며 웃음을 주었고, 그의 머리와 부딪치며 깨진 바가지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을 것이다.
그런 사내가 오랜 세월을 투자해 자신의 꿈을 꾸준히 키우고 있었다. 사람들은 과거의 추억도 추억이지만, 그의 오랜 꿈과 성장과정을 알아가면서 그를 더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디-워>는 무성한 소문과 함께 미국 현지에서 1500개의 스크린을 확보해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용가리>의 실망스러운 성과가 한때는 그에게 '의심'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그가 품었던 본격적인 꿈은 이제 <디-워>에서 결정적인 심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그런 그를 좋아하는 속내, 그리고 <디-워>를 통해 기대하는 속내는 무엇일까? '심형래'라는 이름은 이제 꽤나 복잡해진 것이다. 그의 이름에는 한국영화, 한 인간으로서 품을 수 있는 꿈의 종착역 등, 다양한 의미가 숨어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가라"
"아무리 국내에서 우리가 날고 긴다고 해도 어떻게 보면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예요. 우리끼리만 좋아하는 거지.
옛말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된다고. 그쪽 시스템과 입맛을 알아야 그쪽 기준점에 맞춰서 영화를 만들고. 똑같은 코닥필름으로 영화를 찍는데 왜 미국영화는 정말 색깔이 좋고 우리가 찍으면 항상 시푸르둥둥한가. 똑같은 필름인데 왜 그런 차이가 있는가.... 그게 바로 컬러콜렉션이나 라이팅, 포커스 등이 정말 그 사람들만의 노하우거든요.
그래서 스탭은 그쪽 스탭을 쓰고. 또 어차피 미국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까 한국에서 가는 것보다는 미국에서 개봉하려면 현지 인력을 쓰는 게 훨씬 더 유리하고 정식으로 세계적으로 등록이 되죠." -KBS1 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스크린쿼터 축소', 하지만 대중은 영화인들을 차갑게 보고 있다. 글쓴이가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이유는 복잡하다.
영화인, 혹은 연예인을 '특권집단'으로 바라보면서 생기는 반감과 일부 한국영화의 질적인 문제 등,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움직임과는 달리 대중의 반응은 시큰둥한 것이다.
대중이 영화인들을 비판하면서 자주 거론하는 이름은 '심형래'다. "괴수라는 낯선 소재를 바탕으로 10여 년이 넘게 영화를 제작하면서 적극적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심형래도 있는데, 너희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이야기다.
할리우드 진출과 함께 그의 이름이 적극적으로 부각되면서 한국인과 언론 특유의 버릇인 '애국주의 유도'의 기류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심형래를 둘러싼 대중의 언급, 그로부터 비롯되는 한국영화계 비판은 앞뒤가 안맞는 것도 아니다.
대중은 영화인들이 슬기를 모아 위기를 극복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세계를 공략하기를 바라고 있다. 심형래는 '이무기'라는 토속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세계시장 공략에 나섰다. 대중이 바라는 이상적인 영화인의 모습을, 본래부터 영화인이 아니라 개그맨이었던 그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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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틸컷으로 오래전에 공개된 이무기 '발키르' |
ⓒ 영구아트무비 |
대중 관객들은 <스파이더맨3>과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 시선을 돌렸으며, <슈렉 3>과 <오션스 13> 등의 여전히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대작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영화계는 앞으로도 여전히 '방어'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대작들을 기다리는 자체를 성토할 수는 없다. 자신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아니면 부모님께 어렵게 받은 용돈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국적에 관계없이 더 재미있을 것 같은 영화를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를 맞이해, 한국의 언론은 매번 '한국영화의 위기'를 읍소한다. 심형래는 다르다. 그는 '읍소'하기보다 직접적인 행동과 '결과'로 관객을 설득한다.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한국영화계가 영화인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형래를 외면한다"는 이야기까지 돌아다니면서 설득력을 얻을 정도로, 그의 '행동'과 '공격'은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맛볼 수 없는 '우리의 것'을 매끄럽게 다듬어 "우리의 것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것, 그리고 그 '우리의 것'을 세계시장에도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가공하는 것. 이거야말로 한국영화계가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한 대중의 시선을 돌려놓으면서도, 세계시장도 탐색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극장의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막대한 배급력을 앞세운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대작이나, 깜짝 흥행을 바라고 안이하게 만들어진 기획용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블록버스터'를 두려워하지만, <괴물> 외에는 뚜렷한 시도를 해본 영화인들은 없었다.
그에 대한 심형래의 대답은 한국영화계의 현실을 말해준다. '블록버스터 대작'을 성토하지만, 마땅한 해결책도 없이 적당히 웃기다 마는 코미디나 감동 위주의 영화에 한국 영화계가 지나치게 함몰돼 있음을 말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제가 스토리를 만들고 제작과 감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SF는 사이언스픽션이라고 해서 공상과학영화잖아요. 상상 속에 있는 것.. 그런 걸 쓸 만한 작가들이 참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그러다 보니까 어떤 사람은,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느냐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뭔가 알아야죠. 영화감독이라고 해서 무조건 잘 찍는 감독이 아니잖아요. 이제는 감독들도 공부를 해야 돼요. 예를 들어 미국의 스타워즈나 반지의 제왕, 킹콩, 쥐라기공원.. 공룡이 있어야 찍죠. -KBS1 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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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그래픽은 비교적 매끄럽게 처리됐지만, 관객의 높아진 눈과 기대치가 걱정된다. 게임동영상처럼 보이는 장면도 다소 눈에 띈다. |
ⓒ 영구아트무비 |
분위기 고조를 위해서일까. 예상대로 언론은 <고질라>와 비교를 시작한다. '괴수'라는 소재가 같으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근거가 빈약하다. '기대평점'이 높다는 근거 하나만으로 <디-워>를 띄우고 있다.
하지만 <고질라>는 실패작이다. 쏟아 부은 돈에 비해 흥행이 저조했으며, 비평도 마찬가지다.
롤랜도 에머러히 특유의 '크기 강박증'에 사로잡혔을 뿐, 일본인이 생각하는 '고질라'의 의미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무턱대고 영화로 만들었다. <고질라>의 성과는 우리나라의 참치 메이커 광고에만 막대한 도움을 줬던 것 외엔 없었다.
<고질라>는 <고질라>, <디-워>는 <디-워>다. 어설픈 분위기 조성은 대중 관객에게 통하지 않는다. 대중의 '언론 불신증'만 자극할 뿐이다.
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의 '기대평점'을 근거로 한 "<고질라>보다 낫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영화의 결과는 개봉 이후에 판단하는 것이다. 재미가 뛰어나면 살아남겠지만, 없으면 사라지는 것이다. 이게 생존의 원리다.
<디-워>는 오히려 냉엄한 생존의 논리 한복판에 놔둬야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으며, 그게 <디-워>를 돕는 길이다. 칭찬과 비판을 냉정하게 구분해 평가하는 것이 진정으로 <디-워>와 심형래를 돕는 방법이다.
올해 8월 초라고 한다. 정확하게는 8월 2일이다. <용가리> 이후로, 거액의 제작비와 오랜 시간이 투자된 심형래 일생 최대, 그리고 최고의 도전이 선보이는 것이다. 이 영화의 성패 여부에 따라 한국영화계에도 커다른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로 간' 그의 도전이, 한국영화의 폭넓은 발전에 커다란 의미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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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형래와 <디-워>, 그들은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 한복판에 진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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