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위를 걷다 2006. 12. 23. 23:29

 

오늘은 바람이 강해서 오랫만에 화동 저수지 뚝방을 찿았다..

오랫만에 와보는 뚝방.

 

처음 비행을 배우던 당시에

바람이 세면 자주 찿았던 곳인데,,

어느덧

세월이 흘러 10여년만에 뚝방에 글라이더를 폈다.

이젠, 장비며, 비행기술이며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들..

 

장비들이 좋아 지다보니

다들 지상연습은 소홀이 한채

장비를 믿고, 속도를 믿고, 어느정도 바람이 강해도 다들

산으로 간다.

 

그동안 나 역시 그랬으므로,

누굴 탓하랴만은..

초창기에 작고 세밀한 기술들을 낮은 경사지에서 주로 연습하던 시절과는

달라도 많이 달라졌다.

 

진욱이가 세상 뜨기 서너달 전인가??

그랬으니, 벌써 10여년이 훌쩍 넘어버린 때 얘기지만,,

그때, 요양하던 차에, 여수 놀러 왔다가 함께 뚝방에 와서는

내가 연습 비행하는 모습을 보며

'란자로떼 비행'이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저 그런 모습의 비디오 영상물이지만,

그때만 해도 에델 ZX 시판 홍보용 '란자로떼' 비디오는 정말 멋진 장면들이 가득했었다.

또한 다이나믹 했었고..

 

어느 순간 부터인가 잊고 있었던 본능.

파워풀하고 다이나믹한 비행.

요즘들어 아크로에 관심을 가지면서 새삼스럽게 그 본능을 일깨우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늘, 공중에서 작아지는 나를 만나곤 했다.

장비도 의심스럽고, 하네스도 의심스럽고, 나 자신 역시 자신감까지 결여되 있었고..

 

그동안 이리저리 테스트 하는 동안,

앞에 무겁고 거추장스럽게 달고 다니는 발라스트가 비행을 방해했고,

그래서 뒤로 옮겨본 그것은 무게중심을 더욱더 뒤로 옮기는 듯

비행자세가 너무 드러누워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발라스트 무게를 조절해 보기도 했고..

아크로를 위한 여러가지 선행 조건으로 빠른 스피드를 위해서는

더 적어지는 기체, 더 빠른 기체를 만들기 위해 발라스트를 가득 채워 웨이트를 증가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비행은 점점 더 어려워 졌고

나는 마치 퇴보하는 듯 겨드라이에서 날개가 사라지고 있는 착각을 느끼곤 했다.

결론은 발라스트.

채우면 채울수록 조종은 더더욱 어려워 졌다.

 

해서, 오늘부터는 평상시 비행은 발라스트를 제거하기로 맘 먹었다.

자유로운 자세로 비행하기로 결심했다.

이보다 한사이즈 큰 장비로도 잘 해 왔는데, 얼마나 더 빨리 다녀야 가능할까 싶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하네스 앞부분 보호 커버의 지퍼도 열었다.

다리 움직임을 더 편하게 하기 위해서..

 

낮은 곳에서 오랫만에 타보는 릿지.

역시나 달랐다.

나는 아직도 꽤 쓸만한 조종술을 가지고 있었으며,

몸쓰는 것 역시 상당히 자유롭게 잘 되었다.

 

오르고 내리기를 몇번.

이 겨울에 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의 신나게 탓다.

 

높은 고도를 취해서 이미지 트레이닝대로

순서를 숙지하고.. 기술을 들어가고.. 행여 닥칠 동작마다의 위험을 상상하고.. 해제하고..

숱하게 머리속으로 트레이닝해도

막상 공중에서의 아크로 기동이 두려웠던건,

무언가 부족한 그 무엇이었는데..

자신감과 믿음.

그것을 얻지 못해 안따까워 했는데..

 

드디어 오늘,

높은 산도 높은 고도도 아닌, 작은 뚝방에서

새 장비에 대한 새로운 믿음이 생겼으며,

가슴 가득 넉넉한 자신감을 느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아크로로 가는길.

 

나중에 내가 아크로를 아주 잘하게 된다면,,

오늘 뚝방에서의 훈련은 나에게

전설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