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퍼온조행기

내 생애 가장 잊지 못할 출조

구름위를 걷다 2009. 3. 10. 10:56

 

<디낚 수심뜬바다님 블로그에서..>


<내 생애 처음 잡은 두 마리 감성돔>

 

 

 

내 생애 가장 잊지 못할 출조

 

 

 

여수에서 배 타고 두 시간

연도라는 소리도

비가 오고 동풍 불고 파도 치는 2박 3일

3월 1일부터 3일까지는 내 생애 잊지 못할 출조였다

 

입장 곤란한 병이 생겼다

다른 사람이 잡은 감성돔을 들고 지난 1월 12일 디낚 헤드라인에서

전국 낚시인에게 공개적으로 마바리인 것을 들켜버리고 난 후

낚시를 그만 하던지 감성돔을 빨리 잡던지 잡지 못하면 심약한 나는

낚시 다닐 때 마다 눈 밝은 디낚 팬들에게 마바리라 손가락질을 받을 것 같다는

대인기피증 비슷한 입장 곤란한 병이 생긴 거다

누가 알아보기나 한대냐 하며 웃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건 너 생각이고요

나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유명한 디낚에서 그것도 헤드라인에서 지워지지 않고

7000조회 이상의 수를 경험해 보면 소심한 내가 어느 낚시터에서라도 조심스럽지 않을까 

그리하여 나는 본래 모습대로 영영 돌아올 수 없을 거라는 등

이 불치의 희한 병을 고치려면 꼭 감성돔을 안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등

그런 상념으로 하루하루 보내게 되는 중증의 잡지 못하면 큰 일 나는 망신병에 걸린 것이다 

왜 내게 감성돔 낚시를 가르쳐줘서 이 낭패를 당하게 하느냐고

시도 때도 없이 군산으로 달려가서 낚시 마을 유주봉 사장에게

사람이 책임감이 있어야지 하며 반 협박조로 동행 출조를 강요하였다

디낚에서도 내가 직접 잡은 감성돔 사진을 헤드라인에 올려주어야

제 병이 완치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킹콩자리라 이름 붙인 작은 용의 소화기관 쯤에 자리한 
소룡단의 넓은 바위

거북여. 기름여. 무서운 쌍굴. 서울과 다른 독립문. 나바론. 동벽.

이곳들이 1~2월 출조 동안 앉아 본 자리들이다 

전적은 영락없는 10전 10패

손가락은 얼어 쥐가 나는 대도 따뜻한 도시락조차 외면하며 
와신상담 수련을 연마하던 장소들이다 

영등철 놈들이 나타나기만을 학수고대 하며 소리도 달 밝은 밤에 흑참을 닦고 또 닦았다

참돔 형제와 수염 난 혹돔 <일명: 침 맞았다고 함>까지 잡고

볼락과 열기로 같은 민박 투숙객 15명을 배불리 먹이며

다른 이 몰 황일 때 나만이 얕은 바다에서 고기를 낚아 
나같은 마바리가 오병이어 흉내도 냈었다

그래도 그 놈의 감성돔은 만나지 못했다

 

민박집엔 영등철 프로 같은 꾼들만 모여 있다

다 함께 하는 식사 시간에 고개 들고 식사라도 하려면

감성돔을 꼭 잡아야지 하며 꼭꼭 씹어 먹었다

철수 때마다 섰던 갯바위를 아쉬움에 뒤돌아 보고 또 돌아보며

미아리 눈물 고개 넘는 듯한 날의 종지부를 이번이야 말로 찢고 싶었다

 

출조하니 비가 내린다

이슬비 안올 때 배를 탔는데 봄비가 안올 때 배를 탔는데 
박인수의 곡 봄비를 나름 개사해 부르며 첩첩한 출조를 달래며

오늘은 어디가 좋을까 물으니 유사장이 선장에게 대폰지 야폰지로 가잔다 

비 오고 동풍 불고 파도 치는 날 큰 너울이라도 오면

마을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는 이야포에 내렸다

수심 체크를 하며 수심을 줄여도 줄려도 찌가 가라앉지 않는다

수심 6미터 우웩  멀리는 5미터?

오늘은 이 허리 휘어진 이야포 갯바위에서 탄성과 한숨을 얼마나 뱉을까 . . .떨린다

 

최홍만과 싸우려고 열심히 점프 연습만한 제롬 르 밴너가 급작스레 주최 측 농간으로

상대가 카오 클라이와 바뀌고 그에게 온종일 터지고 망신 살 뻗친 그런 날의 형국이다

20미터 넘는 수심에서 대적할 연습만 했는데

6미터 여밭 감성돔이라 . . . 오늘도 나를 겁주네

포수들은 아니라고 빡빡 우기겠지만 . . . 그건 너 생각이고요 

나는 호랑이보다 감성돔이 훨 무서워요

 

6미터 6미터라~하며 10여 미터 전방 팔 벌려 오른쪽 45도쯤에서

아장아장 동동거리던 찌가 밑 걸린 듯 깜빡깜빡 하더니 쭉 사라졌다

같은 방향으로 대를 세워보니 사이즈 큰 고등어처럼

양옆으로 대를 끈다 실망하며 담담하게 줄을 감는 순간 

쒜이한 느낌이 들며 뭔가 조심해야 할 분위기로 머리가 삐쭉 하더니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감생이다!

꾸~으욱 . 꾹 . . . 꾸. 꾸. 꾸. 꾹 . . .꾸. 구. 꾸 .꾹

 

<내 생애 처음으로 만난 5짜 감성돔>

 

황홀했다 . . .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나란 존재가 지구 상에서 처음 경험해 보는 당김세

이 궂은 날 머릿속에는 해가 떴다 달도 떴다 하였다 

어린 시절 타잔 놀이 하다 나뭇가지가 부러져 떨어질 때도

길지 않게 살았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쳤고

출조 때마다 마바리 삽질하는 듯한 나의 폼들이

거울보듯이 그 찰나에도 영사막처럼 지나갔다

순간 . . .내가 또 다른 나에게

인제 그만 마바리 졸업해라

몸줄 2호에 길이 3미터지. . . 초릿대 확인해라

비상! 여 밑으로 파고든다 . . . 대 세우지 말고 뻗어 뻗어

그 일촉즉발 상황 중에 머릿속은 온통 자갈밭 쇠 달구지 소리가 들렸다

하늘이 허락한 것을 너의 실수로 망치지 말라

모세에게 던지는 하나님의 거룩한 음성까지 들리는 듯 했다

 

찌가 물밖에 나올 때 쯤

나는 흐믈흐믈 히죽히죽 멍멍하여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꼭 잡아보자는 일념만이 침착하라고 타이르고 있었다

하얀 배를 드러내며 마지막 몸을 트는 순간

어느 새 유 사장이 내 생애 첫 고기를 아이 받는 산파처럼 조심스레 뜰채에 담을 때 그 표정은 
아 살았다 진드기 같은 제자가 이제는 귀찮게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안도의 미소처럼 보였다

환하게 피어나는 바다를 보며 출조해서

저물어 지워지는 수평선과 함께 그것도 자신이 처음으로 오짜 감성돔을 잡아 철수한다면

낚시인 누구나 부러운 첫사랑 그림이 아닐까 

나의 지친 모습까지도 첫사랑을 만났던 그날 그때 그 모습처럼 당당하였다

 

기찬 사연이 생겼다

첫사랑이다

소리도에서 감성돔이란 이름의 첫사랑을 만난 것이다

아직도 길고 좋은 꿈을 꾸는 듯하다

 

 

수심 뜬 바다

 

 

 
군산 낚시 마을 유주봉 대표와 2박 3일 동안의 조과 
5짜 6마리와 3짜 1마리중  2마리는 현지에서 재충전을 위한 몸보신용으로